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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 늦게 알게 된다 /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

2026.06.03 조회 40208 댓글 0

나무는 나를 노랗게 물들이고 가지를 흔들어 땅으로 떨어뜨렸다.

말 없는 바람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.

아직 여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조약돌들과 함께

나는 가장 낮은 자세로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.

 

내가 수많은 멋들에 둘러싸여 하늘 속에 잇었을 때

내 눈은 어리고 마음은 어지러웠다. 

한번쯤 나무를 떠나고 싶어 밤새 발버둥도 쳐보았다.

하지만 지금 세상엔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배워버린다.

 

언제나 너무 늦게 알게 된다. 그렇다 해도

바뀌는 건 없다. 다만 이제

더욱 낮은 땅으로 내려가 잠시 쉬어애 겠다.

 

글 출처: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(황경신, 소담출판사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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